다시 자전거
[사진 에세이]
다시 자전거를 탄다.
지난해였나, 몸이 안 좋아서 쉬었다가 추석 무렵에 한 번 두어 시간 탔는데 다시 탈이 났다.
올해는 봄에 아내 자전거 연습 시킨다고 아파트 공터에서 잠깐 앉은 게 전부다.
문득, 몇 해 전 오키나와에서 캠핑 짐 싣고 자전거 여행을 하던 때가 생각났다.
참 자유로웠는데. 한 마리 고래가 된 것 같았는데.
이런저런 준비나 계획도 없이 무작정 갔었는데. 그래도 좋았는데.
다시 자전거를 탄다.
글쎄. 또 탈이 날 수도 있겠지. 그럼 또 쉬었다가 우선해지면 또 타는 거지.
이전보다 좀더 두렵지만 안 타기엔 그 좋았던 느낌이 생생하고 아깝다.
무리하진 말자, 싶어 30km 코스를 다녀왔다.
평속 20km/h 조금 못 되는 것 같은데, 탈 만하다. 안장통은 생각보다 좀 있고.
그래도,
간만에 안장에 앉아 바람 맞으면서 달리니 기분이 좋다.
아직 봄이 끝나지 않아 다행이다.
덧.
김포에서 한강 옆으로 자전거를 타면 철조망이 있다. 저 위의 사진은 자전거 타다가 잠시 멈춰 본 풍경이다.
아래 사진 또한 같은 곳이다. 눈으로는 이 풍경을 볼 수 없다. 철조망을 걷어내기 전엔.
휴대폰의 렌즈를 철조망 사이에 두고 찍으면 이런 풍경이 담긴다. 마음의 눈으론 볼 수 있겠다.
어떤 풍경을 볼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보이는 대로 볼지, 보고 싶은 걸 볼지. 세상만사 비슷하다.
몸이 좋아지면 탈지, 자전거를 타서 몸이 좋아지게 할지.
왜곡이라면 왜곡이지만, 자기만의 세상은 그렇게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