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본능>

2023. 5. 30. 07:00그리고 책

CATCHING FIRE, by Richard Wrangham (2009)

[새로 들였습니다]

 

CATCHING FIRE ; How cooking made us human

지은이 : 리처드 랭험 Richard Wrangham

기타 : BASIC BOOKS, 2009

 

캠핑 장비들 가운데 가장 관심이 가는 건 스토브다. 

 

정확하게는 불의 열을 다루는 장비. 스토브, 화로대가 메인이고 불의 빛을 다루는 랜턴이나 불을 만들기 위한 도끼 등이 서브 아이템일 거다. 핵심적인 장비이면서 기계적인 발전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캠핑의 물건들 가운데 가장 '장비'라 할 만한 게 스토브이기도 하고.

 

불은 무엇보다 요리를 위한 장비다. 캠핑이 야외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이라 했을 때 '식'을 담당하는 장비다. 어둠을 밝히는 건 랜턴이 한다 쳐도, 몸을 말리거나 데우는 건 불의 몫이다. 몸을 따스하고 건조하게 하는 건 안전의 핵심이다. 즉 불은 자연에서 몸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에너지원을 섭취하는 활동의 핵심 장비다.

 

어느 날 아마존에서 이 책을 봤을 때 망설이지 않고 구매를 눌렀다. 이것이야 말로 '불의 문화사' 아닌가. 불과 요리를 통해서 인간은 어떻게 인간다워졌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물론 살 때의 의지와 호기심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길게 보면 오랜 호기심이었기 때문에 사는 것이 맞았다. 예전처럼 사전 찾아가면서 맞는 뜻 이어 붙이느라 전전긍긍하는 대신 스캔해서 번역기 돌린 다음 번역을 참고해 영문을 보면 진도를 빠르게 나갈 수 있다. 성실하게 날마다 붙잡진 못했지만 그래도 틈이 나는 대로 간혹 들여다보며 이 책을 발견한 우연에 감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대단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번역본이 나와 있었다. 책을 사기 전에 분명 찾아봤을 텐데 왜 그땐 보이지 않았는지. 챗GPT와 불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관련된 책이나 자료를 추천해달라 하니 한겨레신문에 실린 서평을 소개했다. 서평가로 유명한 로쟈님의 서평. 책은 <요리 본능>을 메인으로 <미각의 지배>를 부수적으로 다루고 있다. 문제는 이게 무려 2011년의 기사고 <요리 본능>이 CATCHING FIRE의 번역본 제목이라는 거지. 무려 12년 전에 우리말로 옮겨졌다. 하긴, 이런 책을 놓칠 리 없지.

 

서평에 따르면 '불의 사용이 고기 섭취를 용이하게 했고 소장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두뇌 크기의 비약적인 증가를 가능하게 했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곧 '인간은 불로 요리하는 동물'이고 덕분에 우리는 오늘날의 인류가 되었다는 이야기. 주장은 간단하나 중요한 건 그 과정일 거다. 사례와 논지와 전개 과정. 하... 전문 번역가가 옮긴 번역본이 있었다니. 그것도 과학 책을 전문으로 내는 사이언스북스 출판사다. <코스모스>가 여기서 나왔지 아마.

 

굳이 한 가지 위로를 찾자면, 기사에 따르면 책(번역서)에 참고문헌이 빠졌다. 주석에는 '인류의 진화에 대해서 클라인Klein 1999를 참고해라' 적혀 있는데 클라인이 1999년에 낸 책이 뭔지 알 수 없다는 거다. 물론 원서에는 있다. Klein, R. G.의 The Human Career: Human Biological and Cultural Origins란 책이다. 근데, 이 책을 볼 일이 있을까...? 그래도 우리말로 옮긴 책을 보면서 생길 수 있는 찝찝함은 없겠다.

 

어쨌거나, 책은 소개해둔다.

 

<요리 본능>

원제 : CATCHING FIRE ; How cooking made us human (2009)

지은이 : 리처드 랭엄 Richard Wrangham

기타 : 사이언스북스, 2011

 

 

덧.

이 글의 부제는 '어제도 삼겹살을 구운 나는 왜 유인원 같은 짓을 했을까'로 해두자. 어쨌거나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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