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껄렁한 이야기_閑談(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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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작업실.
[작업실 일기] 다시 작업실을 마련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 급하면 얼른 집으로 갈 수 있는 곳, 거꾸로 두어 시간 이야기를 적기 위해서 잠시 들를 수 있는 곳. 두세 번의 민망한 실패에도 다시 작업실을 꾸린 건, 이대로 접고 물러날 수 없어서가 반, 하고픈 이야기들이 조금 차올라서가 반이다. 아마 그 틈바구니 어디에 나만의 공간, 더불어 시간도 필요해서가 조금 있을 거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 끝에 어쨌든 기록을 남기고 이야기를 지어보자 다짐했고 그럴 공간이 필요했다. 지난봄부터 이따금씩 알아보다가 여름 지나면서 몇 곳으로 후보지를 줄였고, 추석이 지나면 좀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 싶어 추석을 앞두고 계약을 하고 짐을 옮겼다. 그로부터 대략 보름이 지나 이제야 뭔가를 시작했다. 우이동에서 가져..
2023.10.12 -
다음 여행의 기약
[잡담] 누가 그랬다더라. 상 받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음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고. 여행지에서 여행을 시작할 때 문득문득 드는 생각은 '생각보다 별 거 없네. 이거 보러 여기까지 왔나'다. 사람 사는 데가 다르면 뭐 얼마나 다르겠는가.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다음에 이런 델 언제 다시 올 수 있으려나'의 시기가 온다. 나의 일상과 다른 환경, 친절한 사람들이 주는 선물 같은 경험들. 다시 오면 이런저런 걸 해 봐야지, 목록이 늘어날 무렵 그런 생각이 든다. '다음 여행은 어딜 갈까.' 마냥 여유로워 여행을 밥 먹듯이 다닐 수 있는 건 아니고, 지금의 여행지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아쉬워 다른 여행을 그리는 게 아니다. 일생 여행을 다녀봐야 이 작은 푸른 별의 모든 표정을 볼 수는 없으니 지금의 여행이 아..
2023.07.11 -
세상 싫은, 광고
[잡담] 아직 먼 일이지만, 광고가 고민이다. 수익과 상관없이 경험과 생각을 모은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블로그다. 아직 찾는 이도 많지 않고, 내 주변에서도 모른다. 그래도 포스팅이 50개는 넘어가야 처음 들어왔을 때 잠시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이런 사람이구나' '이런 여행,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하고 나를 이해하게 될 것 같다. 콘텐츠는 결국 세상을 보여주는 것, 내가 보고 이해한 나의 세상을 조금 보여주는 것일 텐데, 열댓 편 가지고 '보러 오세요' 이야기하긴 낯이 뜨겁다. 광고가 고민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그렇듯, 광고 또한 일장일단이 있다.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다면 고민도 안 하겠지. 많지 않은 금액이라 해도 수익이 나오는 건 의미도 있고 바람직하기도 하다. 글을 ..
2023.06.02 -
다시 시작
[잡담] 오랜 시간 글을 써왔다. 읽을 만한, 남길 만한, 간직할 만한 글이냐,는 별개의 문제다. 잡지사에 다니면서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글을 써야 했으니. 아 그 전에 대학원에서 머리 찍어가며 썼던 글들이 있을 텐데 그건 더 한심하고. 어쨌거나 이런저런 글들을 20년 넘게 써왔는데 남아있는 건 별로 없다. 대학원 시절 글은 플로피 디스켓에 있는데 읽을 장치도 없고, 아마도 에러가 났지 싶다. 잡지 글은 발행 뒤 잊혀졌고, 개인적으로도 파일을 관리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블로그 등에 적었던 글은 지속적으로 운영하지 못해 폐허가 되면서 함께 먼지가 되었다. 아쉽긴 하다. 좋은 글을 간직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때의 나를 헤아릴 수 있는 글을 놓쳐서다. 이사를 싫어하지만 이사의 필요성은 간혹 공감한다. 이사나..
2023.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