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의 물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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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일 많지 않아도 놓칠 수 없는
[캠핑의 물건] 칼 이야기 하는 김에 하나 더.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많이 쓰는 칼이다. 오피넬 클래식, no 8 올리브. 알겠지만, 오피넬은 프랑스의 칼 브랜드고, 클래식은 칼날의 모양이 기본형이란 뜻이다. no 8은 칼의 크기로 칼날의 길이가 8센티미터임을 가리키고, 올리브는 손잡이 나무의 종류다. 클래식 외에 칼날의 폭이 얇은 에필레가 있고, 칼날의 크기는 액세서리용 칼을 빼도 6, 7, 8, 9, 10, 12센티미터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원래 1부터 12까지 있었으나 너무 작은 1호가 사라지고 11호는 10호 12호와 용도가 겹친다 판단해 없앴다 한다. 2호부터 12호까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6, 8, 10, 12호를 쉽게 구할 수 있고 나머지 사이즈는 손품을 좀 팔아야 한다. 손잡이 나무는 기..
2023.07.25 -
액세서리처럼 가볍게, 툴박스처럼 든든하게
[캠핑의 물건] 칼, 여러 개 있다. 아주 날카롭고 칼등이 두터워 큰 힘이 필요할 때 쓰는 헬레도 있고 적당한 힘을 가할 수 있고 가벼워 휴대성도 좋은 오피넬도 있다. 마니아처럼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아웃도어를 즐기면서 칼을 쓰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아 나의 용도와 필요에는 충분하다. 그런데 더 가볍고 가지고 다니고 더 가볍게 쓸 수 있는 칼이 필요했다. 택배도 까고, 줄도 자르고, 뜯기 애매한 포장도 뜯고, 사과를 자르거나 치즈를 자르는 등 음식을 작게 나눌 때 같은. 이 정도의 필요를 충분히 충족시키고 티 나지 않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칼. 등이라고 없겠는가. 주로 헤드랜턴이긴 하다. 가벼운 산행에 비상용으로 챙기는 헤드랜턴과 장기간의 하이킹에 가지고 가는 헤드랜턴이 있다. 더 ..
2023.07.21 -
만듦새 쓰임새 좋은 작은 컵 하나
[캠핑의 물건] 파고웍스의 사코슈가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샀다면 스노우피크의 티타늄 컵은 여행 도중에 샀다. 짐을 챙길 때 450ml 티타늄컵을 챙긴다고 챙겼다. 신치토세공항에서 짐을 '운송 모드'에서 '라이딩 모드'로 다시 싸는데 컵이 없다. 코펠을 작은 사이즈로 챙겼기 때문에 컵처럼 쓸 수 있지만 짐가방(패니어) 겉에 매달아 수시로 쓸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어차피 중간에 알파인 가스를 사야 하니까 그때 컵을 하나 사야겠다, 생각했다. 10년 전에 일본 니가타의 스노우피크 본사를 방문했을 때 티타늄컵을 선물 받았다. 초록색 아노다이징 버전이었는데, 가볍고 튼튼하고 예뻐 모든 캠핑과 많은 여행을 함께 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거다. 스노우피크의 티타늄컵은 여러 버전이 있다. 싱글..
2023.07.07 -
내 몸 같은 주머니
[캠핑의 물건] 홋카이도 자전거 여행을 기념해 산 물건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뒤에 소개할 스노우피크의 작은 티타늄 컵이고 다른 하나는 이 사코슈다. 사코슈는 작은 가방이다. 프랑스어 'sacoche'인데, 원래는 기병들이 안장에 두르는 가방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한다. 말에서 내리면 몸에 둘러야 했겠고, 적당한 크기의 수납공간과 적당한 길이의 끈이 있어야 했겠다. 아무래도 몸에 두를 땐 크로스로 매는 게 안정적이니 크로스백과 같은 뜻이라고 해도 맞겠다. 크기야 제각각이지만, 크고 무거운 물건을 담기보다는 필수품을 담을 작은 크기의 가방을 이르는 말이다. 사실 내겐 사코슈가 이미 여럿 있다. 해외에 나갈 때는 여권과 지갑, 스마트폰과 이어폰, 손수건 등을 넣었다. 먼 길을 걸을 땐 아몬드와 젤리를, 자전거..
2023.07.07 -
밥그릇의 든든함과 섬세함
[캠핑의 물건] 밥그릇이다. 국그릇이기도 하고 커피잔이기도 하며 맥주잔이기도 하다. 사실은 물을 끓이거나 달걀을 지져 먹을 수도 있는, 그러니까 초소형 코펠이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주걱이나 국자로 쓰이기도 한다. 야외에서는 ‘원 기어 멀티 유즈’가 필수니까. 그냥 그릇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바닥에서는 ‘시에라컵’이라고 부른다. 아는 사람 다 아는 존 뮤어 John Muir 선생이 만든 미국의 시에라클럽이 활동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생김새와 쓰임새가 기가 막혀 그 뒤로 보통명사처럼 쓰인다.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시에라컵을 만든다. 서너 개의 모델을 거쳐서 스노우피크의 시에라컵에 안착했다. 없는 시절에 스노우피크가 써보고 싶어 샀는데 지금까지 아주 만족하며 쓰고 있다. 저건 ..
2023.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