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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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사진 에세이] 처음 간 뉴욕, 맨해튼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신호등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첫 번째였다. 횡단보도 신호등은 빨간색일 땐 주변을 잘 살피고 건넌다. 그냥 건넌다. 금세 적응했다. 며칠 만에 뉴요커처럼 무단횡단을 하려는데 옆에 경찰차가 서 있고 경찰들이 차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멈칫, 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경찰도 자연스러웠다. '차가 오면 위험하니 건너지 마란 뜻이야. 지금은 차가 안 오잖아. 도시는 사람이 걸을 수 있어야 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는 거지. 두 번째는 무관심. 어떤 일이 있어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말이지. 그 피해에는 기분이 나쁜 건 포함되지 않는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
2023.06.03 -
괜찮다는 말_프롤로그
[에세이] 밖으로 도는 일이 내가 해온 일의 대부분이었다. 그것이 집 밖이든, 일상 밖이든. 어느 겨울엔 지리산의 능선을 첫눈과 함께 걸었고 어떤 능선은 달빛에 의지해 걷기도 했다. 한여름의 설악 서북릉을 종주하다가 귀때기청봉 너덜지대에서 탈진해 죽을 뻔한 적도 있다. 해질 무렵 지나던 해남의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는 고향과 집 식구들이 떠올라 차를 멈추고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금 울었던가. 쌍봉사 철감선사부도 지붕돌의 막새기와에 넋을 잃어 빛이 측면에서 드는 걸 보겠다고 두어 시간 기다리기도 했고 곰배령에서는 얼레지 보겠다고 쭈그리고 앉아 오도카니 있었다. 통영 앞바다에서 카약을 탈 때는 구름 위를 달리는 기분이었고 오키나와 서쪽 해안을 자전거로 달릴 땐 고래가 심해를 유영하는 기분이 이렇겠지,..
2023.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