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놀이의 물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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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한다는 것
[불놀이의 물건] 아마도 나의 두 번째 스토브. 10년 전에 샀고, 이 사진은 아직 불을 붙이기 전, 그러니까 10년 전의 모습이다. 10년 전 아웃도어 잡지사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노우피크 본사 취재가 잡혔다. 본사 투어 프로그램이었는데 일반인 참가자들과 함께 본사를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야마이 토오루 대표의 배려와 메시지도 인상적이었지만, 더 인상적이었던 건 애프터서비스를 담당하는 이나타 코지 씨였다.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보다가 일하시는 분이 계셔서 들어가도 되는지 여쭙고 허락을 받아 들어갔다. 재봉틀에 앉아 의자와 텐트를 수리하고 있었는데, 묻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한 말이라 더욱더 좋았다. "제품을 받아보면 고객의 성격과 마음이 드러납니다. 이 의자는 고장 난 곳을 고쳐 쓴..
2023.06.07 -
조강지화 糟糠之火
[불놀이의 물건] 나의 첫 스토브. 오래전 캠핑을 시작하면서 산, 나의 20년 지기. 정확히 말하면 캠핑을 시작하기 전에 샀다. 캠핑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1박 2일 야외음주를 즐기면서 시작했다. 논문을 준비하면서 머릿속이 꽉 막히면 산에 오르곤 했는데 그때 등산화를 샀고, 어느 가을 문득 지리산이 가고 싶어 45L 배낭과 스토브, 코펠 등을 산 것으로 기억한다. 2000년 2001년 즈음의 이야기다. 친구들과 다닌 캠핑에서도 주력 스토브로 썼으니 돼지 몇 마리는 이 위에서 사라졌겠다. 사진 속 이 녀석은 사실은 20년 지기는 아니다. 그 친구는 15년 정도 써서 헤드에 금이 가 가스가 샜다. 가스가 샌다기보단 화구 아닌 곳에서도 불꽃이 일었다는 말이 맞겠다. 가스야 밸브에서 잠그면 되니까. ‘화력이 세졌..
2023.05.06 -
다시 불멍
[불놀이의 물건] 내게 캠핑의 즐거움을 다시 일깨운, 고마운 화로대다. 언제부턴가 나의 캠핑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많은 짐을 챙겨 옮기고 펼치는 데 힘을 쏟고 하룻밤 보낸 뒤 다시 거두어 정리하는 일이 번거로웠다.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한 장소에 오래 머물며 계절이 시나브로 바뀌어가는 걸 본다든가, 긴 여행 도중에 잠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텐트를 펼치는 것을 생각하다가 떠난 1박 캠핑은 너무 밋밋하고 동시에 너무 성가셨다. 불놀이도 마찬가지. 불멍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화로대를 피울 수 없는 곳이 아니라면 화로대를 펴고 불을 피운다. 오랜 스테디셀러인 역사각뿔 모양의 화로대가 있는데 어지간히 많이 쓰기도 했다. 역사각뿔형 화로대의 원조는 스노우피크지만 내가 가진 건 우연한 경로로 내게 온 코베아의 카피품..
2023.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