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흐른다>

2023. 5. 6. 16:23그리고 책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새로 들였습니다] 

 

 

<모든 삶은 흐른다>

원제 : Petite Philosophy de La Mer (2022)

지은이 : 로랑스 드빌레르 Laurence Devillairs

기타 : FIKA[피카], 2023.3

 

 

 

바다.

 

바다는 좋아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다. 여행의 주제로도 좋아하고 그래서 책이나 그림, 음악의 주제로도 좋아한다. 자연이어서 좋고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동시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좋다. 반짝이는 윤슬도 좋고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도 좋고, 멀리 보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도 좋다. 심해의 파랑, 하늘과는 다른 그 파랑도 좋다.

 

바다에 대한 책이 눈에 띄면 호감을 가지고 살피다가 내용이 괜찮으면 사서 보는데 묘하게 공통점이 있다. 철학적이다. 철학의 이야기를 바다에 빗대어 하기도 하고,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철학을 닮기도 한다. 바다를 깊이 혹은 오래 보면 철학적이 되는 것일까, 어쨌든. 천천히 곱씹기는 전자가 낫고 재미있게 읽기는 후자가 낫다. 

 

전자의 대표적인 책이 <바다의 철학>이다. 독일의 철학자 군터 숄츠가 썼다. 서점에서 책 표지와 제목에 반해 집어들었다가 망설임 없이 샀다. 나중에 다시 한 번 읽고 찬찬히 정리해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을 거다. 조금 어렵고 서양 사람들 특유의 잡다하게 늘어지는 문장들 때문에 조금 지루하기도 했지만, 가끔 훅 들어와 쿡 찌르는 통찰과 표현들이 좋았다. 지금 기억하고 있는 문장은.

 

자연을 완전히 제압하는 승리는 결국 승리자의 패배로 귀결될 따름이다. <바다의 철학>, 123쪽

 

두 번째, 그러니까 조금 쉽게 풀어쓴 바다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산 책이 이 책이다. <모든 삶은 흐른다>. 아마도 책의 내용을 추리고 추려 줄이면 이 세 단어가 남는 모양이다. 지은이는 프랑스의 철학 교수이고 원래 제목 역시 '바다의 철학'이다. 군터 숄츠의 <바다의 철학>과 같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독일어냐 프랑스어냐의 차이와, 이 책에는 '쁘띠'가 붙었다는 점. 본격적인 철학 이야기가 아니라 쉽게 풀어쓸 테니 긴장을 풀라는 배려 정도가 아닐까.

 

날이 여름에 가까워지는 여름이 되면 훗카이도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려 하는데, 북해도를 돌다 보면 동해와 오호츠크해, 북태평양을 보게 된다. 몇 해 전 오키나와에 도착한 날, 자전거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 자정 넘은 시각에 도착한 바다의 벅찬 느낌을 잊을 수 없다. 힘들까봐 중간에 쉬는 날도 잡았고, 마치면 차를 빌려 못 간 곳을 둘러볼 생각이다. 여행 틈틈이 볼 생각이다. 바다를 보고, 바다 곁을 달리면서 바다에 대한 책을 읽는 거지.

 

곁의 바다 덕에 책 속 이야기가 더 다가올지, 책의 이야기에 기대 바다가 더 깊은 이야기를 들려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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