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좋은 시절
[사진 에세이] 오랜 친구들과 공작산 숲을 잠시 걸었다. 산을 올랐다기엔 언저리를 서성였고, "오늘 좀 걸었다"기엔 가벼운 산책이었다. 두 시간이 조금 못 되는 시간 동안 숲으로 난 길을 걷고, 바람이 좋은 곳에서 잠시 쉬었고, 물이 좋은 곳에서 잠시 있었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잠시 쉬었고, 그러다 또 잠시 걷곤 했다. 아주 귀한 나무가 있는 숲은 아니고 그 풍광이 사무칠 정도로 빼어나게 아름다운 것 또한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숲이었다. 충분히 좋았다. 하늘은 맑았고 숲은 간간히 볕이 들었다. 숲은 신록에서 벗어나 녹음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람에 비하면 청년기랄까. 산골짜기에서 간혹 바람이 불었고, 나무들은 저마다의 리듬으로 바람의 박자를 탔다. 바늘잎, 넓은잎, 작은 잎, 큰 잎, 나무 꼭대기..
2023.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