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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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전거
[사진 에세이] 다시 자전거를 탄다. 지난해였나, 몸이 안 좋아서 쉬었다가 추석 무렵에 한 번 두어 시간 탔는데 다시 탈이 났다. 올해는 봄에 아내 자전거 연습 시킨다고 아파트 공터에서 잠깐 앉은 게 전부다. 문득, 몇 해 전 오키나와에서 캠핑 짐 싣고 자전거 여행을 하던 때가 생각났다. 참 자유로웠는데. 한 마리 고래가 된 것 같았는데. 이런저런 준비나 계획도 없이 무작정 갔었는데. 그래도 좋았는데. 다시 자전거를 탄다. 글쎄. 또 탈이 날 수도 있겠지. 그럼 또 쉬었다가 우선해지면 또 타는 거지. 이전보다 좀더 두렵지만 안 타기엔 그 좋았던 느낌이 생생하고 아깝다. 무리하진 말자, 싶어 30km 코스를 다녀왔다. 평속 20km/h 조금 못 되는 것 같은데, 탈 만하다. 안장통은 생각보다 좀 있고. 그..
2023.05.25 -
조금씩 천천히 멈추지 않고
[사진 에세이] 어제 덥더니 지난밤부터 비다. 며칠에 걸쳐 걸을 때 비는 참 난감하다. 걸을 땐 속도가 나지 않고, 쉬어도 몸이 마르지 않으며, 자고 일어나는 일이 겁나게 번거롭다. 그래도 걷다 보면 길 옆 과수원의 익지 않은 사과가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풍경 같은 걸 만난다. 볕도 비도 다 필요한 것이지. 다만 내가 어찌 할 수 없을 뿐. 그러니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 익어가는 것이지. 조금씩 천천히, 멈추지 않고.
2023.05.05 -
늦봄의 단풍
[사진 에세이] 벌써 덥다. 잠시 봄에 한눈을 파는 사이, 서둘러 온 여름이 뒷덜미를 툭 건드린다. 아... 곧 여름이겠구나. 살갖에 새겨진 찌는 무더위가 되살아나는 것 같다. 괜찮아. 곧 가을바람이 그 뒷목을 파고들 텐데 뭐. 저 신록의 단풍잎이 녹음을 지나 붉게 물드는 동안 땀도 흘리고 쉬면서 땀도 식히면서 또 한 번 살아가야지.
2023.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