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2023. 5. 28. 17:00시시껄렁한 이야기_閑談

200X년 해남. 봄통 캐는 아낙들이 싸 온 봄동 무침.

 

[잡담]

 

 

 

오랜 시간 글을 써왔다.

 

읽을 만한, 남길 만한, 간직할 만한 글이냐,는 별개의 문제다. 잡지사에 다니면서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글을 써야 했으니. 아 그 전에 대학원에서 머리 찍어가며 썼던 글들이 있을 텐데 그건 더 한심하고. 어쨌거나 이런저런 글들을 20년 넘게 써왔는데 남아있는 건 별로 없다. 대학원 시절 글은 플로피 디스켓에 있는데 읽을 장치도 없고, 아마도 에러가 났지 싶다. 잡지 글은 발행 뒤 잊혀졌고, 개인적으로도 파일을 관리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블로그 등에 적었던 글은 지속적으로 운영하지 못해 폐허가 되면서 함께 먼지가 되었다.

 

아쉽긴 하다. 좋은 글을 간직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때의 나를 헤아릴 수 있는 글을 놓쳐서다.

 

이사를 싫어하지만 이사의 필요성은 간혹 공감한다. 이사나 해야 짐을 그나마 조금 정리하게 되니까. 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흘려보낸 글들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새롭게 써 나아갈 수 있으니까. 많은 글 중에 진짜 아쉬운 건 몇 편 안 되는데, 중요한 키워드나 메시지는 기억을 하고 있으니 다시 구성하면 될 일이다. 그 기억을 재구성하는 게 아니라 그 주제를 토대로 다시 취재하고 생각해서 다시 짓는 거지.

 

그나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부담없이 가볍게 생각해서 오랜 시간 해왔고, 그래서 다시 한 번 온라인 상에 내 기록들을 모을 곳을 만들고 싶었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일장일단이 분명한데 단점만 들어와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 지난봄에 겨우 시작했다.

 

글쎄. 이건 오래 갈 수 있을까. 카카오는 이 티스토리 블로그를 폐쇄하지 않고 오래 운영할까. 이런 것까지 의심해가면서 블로그를 할 수는 없을 테니, 일단 시작은 한다.

 

양해를 구하면서 말하자면, 사진을 촬영한 날짜건 장소건 있는 그대로 적을 건데, '200X년'이라 적힌 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단 뜻이다. 시간이 지난 사진이란 거지. 이런저런 여행을 떠올리며 드는 생각들도 함께 정리할 것이기에 이런 경우들이 꽤 있을 것 같다.

 

아무쪼록, 기록을 남기고 모으는 일이 간혹 느슨해지거나 쉬어갈 수는 있겠지만, 흐지부지 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덧.

봄동 무침 한 사발에는 지난가을의 햇살부터 겨울의 차디찬 바닷바람까지 다 있다. 글이라고 다르겠나. 모든 걸 쏟아부어야 기본이라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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