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싫은, 광고

2023. 6. 2. 00:28시시껄렁한 이야기_閑談

2012년 12월. 구룡포.

[잡담]

 

 

 

아직 먼 일이지만, 광고가 고민이다.

 

수익과 상관없이 경험과 생각을 모은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블로그다. 아직 찾는 이도 많지 않고, 내 주변에서도 모른다. 그래도 포스팅이 50개는 넘어가야 처음 들어왔을 때 잠시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이런 사람이구나' '이런 여행,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하고 나를 이해하게 될 것 같다. 콘텐츠는 결국 세상을 보여주는 것, 내가 보고 이해한 나의 세상을 조금 보여주는 것일 텐데, 열댓 편 가지고 '보러 오세요' 이야기하긴 낯이 뜨겁다.

 

광고가 고민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그렇듯, 광고 또한 일장일단이 있다.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다면 고민도 안 하겠지. 많지 않은 금액이라 해도 수익이 나오는 건 의미도 있고 바람직하기도 하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무엇보다 여행을 가고 책을 사 읽는 건 돈이 들어가니까. 꾸준함의 동기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단점은, 쉴 수 없다는 거다. 사진 한두 장에 길지 않은 글 얹어 휴식을 취하듯 여행의 경험을 나누고 공감하기를 바라면서 글을 쓰고 사진을 고른다. 그런데 그 글과 사진들이 난삽한 광고와 함께 화면에 뜨면 휴식은 사라지기 마련이라 생각한다. 지쳐서, 쉬고 싶어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여행을 떠나왔는데, 아파트 현관 앞에 붙어 있던 마트 전단지가 호텔 방문 앞에 붙어있는 느낌이다.

 

광고를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이 됐다. 가입 기간, 등록 포스팅 수 뭐 이런 건데, 아직 신청은 하지 않았다. 적어도 한두 해는 한적할 거라서 수익도 많지 않을 텐데, 수익에 비해 보시는 분들이 받을 스트레스가 너무 클 것 같다. 다른 사람보다 우선 나 자신부터, 포스팅의 광고가 '내 사랑스러운 수입원'으로 보이진 않을 것 같다. 

 

100개의 포스팅을 올리기 전까지는 신청할 생각이 없다. 포스팅이 50개가 되면 주변에 알릴 텐데, 오는 가을이면 100개는 큰 어려움 없이 올릴 수 있겠다. 포스팅 수보다 중요한 건 질일 텐데, 애당초 수를 늘릴 생각은 없으니 질이 떨어질 염려는 없다. 내 능력의 한계로 인한 저품질은 내 능력 밖이니 감수해야 하고. 그때가 되면 조회수가 얼마나 될까. 기대나 욕심이 아니라 궁금증이다.

 

광고를 싫어하지 않는다. 좋아한다. 내용은 유익한 정보이고 형식은 센스의 집약인데 왜 싫어하겠나. 내가 싫어하는 건 후진 광고다. 좋은 광고는 좋은 콘텐츠다. 한 번 만들고 망한 잡지에서도 그걸 시도해보고 싶었고, 해봤고, 아쉬움은 있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다. 쨍한 느낌이 없어 대다수에게 '멋진 잡지' 메시지를 주진 못하지만, 맥락을 아는 독자라면 훅,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광고.

 

가능할지 모르겠다. 바람이 있다면 내가 원하는 위치에(이건 가능하고), 내가 원하는 크기로(가능한가?), 내가 원하는 광고(어렵겠지?)를 원하는 기간 싣고 싶다. 공은 더 많이 들어가겠지만, 콘텐츠와 광고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있을까.

 

 

어느 겨울 포항을 여행하다가 국도변에서 과메기 만드시는 노부부를 만났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꽤 긴 대화를 나누고 그 끝에 과메기 좀 포장해 주시라 부탁드렸을 때, 과메기와 포장해 주시는 할아버지의 손만 프레임에 넣고 나머진 뺐다. 손만으로도 그 삶과 그 마음이 전달될 것 같아서. 사진 한 장도 그럴진대!!!

 

빠진 것 없는 것보다 뺄 것 없는 게 좋다.

미친듯이 심플한.

사진도 글도. 홈페이지도.

 

 

덧.

지금의 이 고민이 달걀 품고 농장 걱정하는 꼴이라는 것 잘 안다. 광고의 형식을 고민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나의 세계를 갖추어 가는 것, 이를 위해 여행을 하고 책을 읽고 경험을 하고 생각을 하고 상상을 하는 것.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곁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 대략 이런 것이겠다.

 

다만 이런 잡담을 늘어놓는 건, 나중에 조회수가 많아져 수익이 눈에 보일 때 시작할 때 마음을 참고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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