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상상력

2023. 6. 4. 07:00여행의 순간

2019년, 타임스퀘어. 뉴욕.

[사진 에세이]

 

 

 

자본주의는 욕망을 자극하는 기제라 했던가.

상상은 경험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했던가.

 

며칠 뉴욕을 돌아보면서 느낀 건 자본주의의 무서움보다 시민사회의 쿨함이었다. 겉핥기 수준이지만 피부에 와닿는 건 자본주의보다 민주주의였달까. 자본주의의 위력을 느낀 건, 현장에서는 타임스퀘어의 거대한 전광판이었다. 물론 돌아와서는 헤매고 다녔던 모든 고층빌딩이 자본주의적 상상과 사고의 결과물이란 걸 깨달았지만. 그건 긴 이야기니 언젠가. 시민사회의 쿨함 혹은 위대함을 느낀 건 모든 뉴요커의 표정을 통해 느껴졌고, 광활한 센트럴파크에선 나도 그 위대함을 만끽했다.

 

맨해튼 중심의 거대한 공원이라니. 공원, '공공의 정원' 개념을 처음 만든 것이 뉴욕이었고, 센트럴파크였다. 국립공원이라는 개념을 처음 만든 것이 미국이었고 옐로우스톤국립공원이었듯. 

 

미국의 거대한 자연을 동경했을지언정, 뉴욕은 단 한 번도 오고 싶다 생각한 적 없었지만, 며칠의 경험으로 뉴욕에 홀딱 반해버렸다. 

 

그러다 마지막 날. 돌아오기 전에 한 번 더 들른 타임스퀘어에서 M&M 매장을 봤고, 곧 만날 조카와 아이들 생각이 나 쵸컬릿이나 몇 개 사자 싶어 들어갔는데,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쵸컬릿, 어디까지 느껴봤니?'

 

기껏해야 마트에 수북한 쵸컬릿만 봤던 내게 '쵸컬릿 자판기'는 내 상상력이, 욕망이 어디까지인지 물었다.

 

쵸컬릿은 입으로만 즐기는 게 아니야, 뇌로도 즐기는 거야. 자 즐길 준비 됐니?

 

1파운드(lb)는 453.592그람이다. 1/2파운드는 대충 227그람, 쵸컬릿 한 줌이 대략 1만 원이다. '놀랄 노'자. 하지만 나는 이 위대한 전시와 깜찍한 기술에 휘둘려 한돈 삼겹살보다 비싼 쵸컬릿을 몇 만 원어치 사고 말았다.

 

중요한 건, 어쩌면 창피한 건, 비싸단 생각은 들지만 여기서 받은 충격과 즐거움을 생각하면 그 값이 과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는 거다.

 

커피와 민트, 다크 쵸컬릿이 참 맛났는데...

 

덧.

'자유의 여신상'의 도시 뉴욕에서 이렇게 만들어 파니 안 사고 배기겠냐고. 쵸컬릿의 여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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