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걸까

2025. 11. 13. 21:00여행의 순간

소파에 앉아 밖을 보다가 들어온 풍경. 2025년 11월 김포.

[사진 에세이]

 

몸은 늘 있던 곳에 있지만, 생각은 낯선 곳을 자유롭게 떠돌며 여행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주말 심학산을 3주만에 걸었고, 기분 좋은 피곤함을 안고 집에서 쉬다가 문득 창밖을 내려다봤는데 삼부자가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콕을 따라 짧은 사지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꼬마와, 따라는 나왔지만 배드민턴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소년과 건너편에서 서 있을 아빠. 이 일상적인 풍경이 참 좋아서 한없이 바라보다가 사진을 찍었다.
이런 거였지, 싶네. 이제 아이들이 커서 나와 배드민턴이나 딱지를 치진 않지만, 멀찌감치 떨어져 열심히 살면서 밥상에 마주앉으면 또 낄낄대며 밥을 함께 먹는 거지. 대단한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작은 의미가 되고 그게 쌓여 삶이 되는 거지. 예전의 감각이 조금씩 살아나는 모양이다.
대학생 태권도 대회에 나간 큰넘한테 문자를 보냈다.
'계체는 통과했어?'
'계체가 문제가 아냐. 1라운드 상대가 재작년 금메달, 개발림'
'다치진 않았고?'
'다칠 틈도 없었으, 얼굴 경락마사지 당함'
'그려. 와서 꼬기 묵자' / '오키'
이렇게 몰려오는 일상에 올라타고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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