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31. 07:00ㆍ여행의 순간
[사진 에세이]
보성 차밭은 처음이었다.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면서도 굳이 찾지 않은 건 이미 수많은 사진과 드라마를 통해 봤기 때문이다. 잘 가꿔진 정원 같았다.
생각을 바꾼 건 차밭을 찾은 누군가가 찍은 삼나무 숲길 사진. 녹음 짙은 잘 다져진 흙길을 가장 좋아하는 까닭에 그 이미지를 보는 순간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른 새벽 녹차밭에 드니 왜 이제야 왔나 싶다.
차밭에는 차만 있는 게 아니다. 차밭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다. 녹차밭이 자리한 활성산과 멀리 보이는 봉화산 줄기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한 안개가 허공에 뜬 풍경은 예쁘단 말에는 담기지 않는 풍취를 지녔다. 근경과 원경의 조화가 일품이다. 그 뒤로 보이는 하늘. 하늘의 짙은 파란색이 점점 하늘색으로 변하면서 어느 순간 도로변의 노오란 가로등이 꺼지는데, 그 직전까지의 풍경이 참으로 탐낼 만하다.
녹차밭을 찾는다면 울울창창한 삼나무와 시원한 바람 소리가 일품인 대나무밭이 덤이다. 덤같지 않은. 차밭 한편의 향나무들도 그 회화적인 이미지 때문에 한동안 멍하니 보고 있게 된다.
물론 가장 매력적인 건 사면을 가득 메운 차나무. 작은 키지만 곱슬머리처럼 잎은 빼곡하다. 눈높이를 찻잎에 맞게 낮추어 풍경을 바라보다가 가지 끝 여린 잎을 따 씹으면 연하디 연한 녹차향이 난다.
사진 찍은 날짜를 보니 딱 오늘, 7년 전 오늘이었다. 아마도 지금의 녹차밭도 이런 모습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