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천천히 멈추지 않고

2023. 5. 5. 10:14여행의 순간

 

2018년 6월. 소백산 자락길 풍기 즈음.

[사진 에세이]

 

 

 

어제 덥더니 지난밤부터 비다.

 

며칠에 걸쳐 걸을 때 비는 참 난감하다.

걸을 땐 속도가 나지 않고, 쉬어도 몸이 마르지 않으며, 자고 일어나는 일이 겁나게 번거롭다.

 

그래도 걷다 보면

길 옆 과수원의 익지 않은 사과가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풍경 같은 걸 만난다.

볕도 비도 다 필요한 것이지. 다만 내가 어찌 할 수 없을 뿐.

그러니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 익어가는 것이지.

조금씩 천천히, 멈추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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