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_프롤로그
[에세이] 밖으로 도는 일이 내가 해온 일의 대부분이었다. 그것이 집 밖이든, 일상 밖이든. 어느 겨울엔 지리산의 능선을 첫눈과 함께 걸었고 어떤 능선은 달빛에 의지해 걷기도 했다. 한여름의 설악 서북릉을 종주하다가 귀때기청봉 너덜지대에서 탈진해 죽을 뻔한 적도 있다. 해질 무렵 지나던 해남의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는 고향과 집 식구들이 떠올라 차를 멈추고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금 울었던가. 쌍봉사 철감선사부도 지붕돌의 막새기와에 넋을 잃어 빛이 측면에서 드는 걸 보겠다고 두어 시간 기다리기도 했고 곰배령에서는 얼레지 보겠다고 쭈그리고 앉아 오도카니 있었다. 통영 앞바다에서 카약을 탈 때는 구름 위를 달리는 기분이었고 오키나와 서쪽 해안을 자전거로 달릴 땐 고래가 심해를 유영하는 기분이 이렇겠지,..
2023.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