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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
[새로 들였습니다] 원제 : Tristes Tropiques (1955) 지은이 :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Claude Le'vi-Strauss 기타 : 한길사, 2022.11. 여행을 다니면서 글을 쓰긴 하지만 수박 껍데기 핥는 느낌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껍데기라도 안쪽이면 좋으련만, 바깥쪽. 뉴욕에서는 서점에서 뉴욕의 역사에 관련된 책을 구하고, 네팔에 다녀와서는 셰르파족에 대한 인류학 논문이 있어서 보기도 했다. 아쉬움은 나름대로 채워졌지만, 그래서 누군가에게 여행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 그럴듯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게 얼마나 피상적인 지식인지는 스스로 명확했다. 물론 세계 어느 곳을 여행할지 모르는 마당에 모든 곳의 모든 것에 대한 지식을 쌓는단 건 불가능하겠지만, 시선을 조금 다르게 본다면 ..
2023.05.27 -
전쟁과 평화
[사진 에세이] 좀 오래 전, 통영이었다. 좋아서 혹은 일이 있어서 거의 계절에 한 번씩 통영을 찾던 때가 있었다. 한... 몇 년 정도. 산도 보고 바다도 보고, 세병관이 좋아서 하릴없이 거닐며 머물러도 보고 중앙시장의 번잡함이 좋아 회 떠주시는 할머니들과 수다도 떨고. 아마도 일로 갔을 때다. 여행기이니 여행을 하면 되지만, 대개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사항이 있기 마련이어서 돌아보는 곳이 정해져 있다. 가야할 곳을 다 본 다음에 아무런 목적 없이 돌아다니다 통영운하 근처였나 힘들어서 잠깐 쉬는데 볕 좋은 곳에서 장기를 두는 노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풍경이 좋다고 이방인이 개입하면 전투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법, 멀찌감치에서 풍경을 바라보다 조용히 몇 장 찍었다. 장기를 잘 몰라 어느 쪽으로 전세가 기울었..
2023.05.27 -
다시 자전거
[사진 에세이] 다시 자전거를 탄다. 지난해였나, 몸이 안 좋아서 쉬었다가 추석 무렵에 한 번 두어 시간 탔는데 다시 탈이 났다. 올해는 봄에 아내 자전거 연습 시킨다고 아파트 공터에서 잠깐 앉은 게 전부다. 문득, 몇 해 전 오키나와에서 캠핑 짐 싣고 자전거 여행을 하던 때가 생각났다. 참 자유로웠는데. 한 마리 고래가 된 것 같았는데. 이런저런 준비나 계획도 없이 무작정 갔었는데. 그래도 좋았는데. 다시 자전거를 탄다. 글쎄. 또 탈이 날 수도 있겠지. 그럼 또 쉬었다가 우선해지면 또 타는 거지. 이전보다 좀더 두렵지만 안 타기엔 그 좋았던 느낌이 생생하고 아깝다. 무리하진 말자, 싶어 30km 코스를 다녀왔다. 평속 20km/h 조금 못 되는 것 같은데, 탈 만하다. 안장통은 생각보다 좀 있고. 그..
2023.05.25 -
캠핑에 제일 잘 어울리는 커피
[커피의 물건] 캠핑하면서 마시는 커피 한 잔, 참기 어렵지. 커피를 좋아한다.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기 시작한 건 대략 10년 전이고, 캠핑을 하면서 커피를 내려마신 건 5~6년 전부터다. 처음엔 양을 조절하지 못해 드립커피가 에스프레소보다 진하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면 잡향이 섞인다는 걸 몰라 10분 가까이 내리기도 했다. 무슨 드립을 10분 넘게 내리냐고? 1인용 드립 시스템인 카플라노에 원두를 30그램 가까이 넣으면 물을 조금만 부어도 넘쳐서 거의 점드립을 해야 한다. 어쨌거나.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위해 모카포트를 구했다. 오래전 일이다. 제일 잘 알려진 건 비알레띠BIALETTI의 모카포트인데, 처음엔 그것도 몰라 그냥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걸 샀다. 그게 임페리아IMPERIA 모카포트..
2023.05.08 -
밥그릇의 든든함과 섬세함
[캠핑의 물건] 밥그릇이다. 국그릇이기도 하고 커피잔이기도 하며 맥주잔이기도 하다. 사실은 물을 끓이거나 달걀을 지져 먹을 수도 있는, 그러니까 초소형 코펠이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주걱이나 국자로 쓰이기도 한다. 야외에서는 ‘원 기어 멀티 유즈’가 필수니까. 그냥 그릇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바닥에서는 ‘시에라컵’이라고 부른다. 아는 사람 다 아는 존 뮤어 John Muir 선생이 만든 미국의 시에라클럽이 활동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생김새와 쓰임새가 기가 막혀 그 뒤로 보통명사처럼 쓰인다.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시에라컵을 만든다. 서너 개의 모델을 거쳐서 스노우피크의 시에라컵에 안착했다. 없는 시절에 스노우피크가 써보고 싶어 샀는데 지금까지 아주 만족하며 쓰고 있다. 저건 ..
2023.05.08 -
<모든 삶은 흐른다>
[새로 들였습니다] 원제 : Petite Philosophy de La Mer (2022) 지은이 : 로랑스 드빌레르 Laurence Devillairs 기타 : FIKA[피카], 2023.3 바다. 바다는 좋아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다. 여행의 주제로도 좋아하고 그래서 책이나 그림, 음악의 주제로도 좋아한다. 자연이어서 좋고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동시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좋다. 반짝이는 윤슬도 좋고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도 좋고, 멀리 보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도 좋다. 심해의 파랑, 하늘과는 다른 그 파랑도 좋다. 바다에 대한 책이 눈에 띄면 호감을 가지고 살피다가 내용이 괜찮으면 사서 보는데 묘하게 공통점이 있다. 철학적이다. 철학의 이야기를 바다에 빗..
2023.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