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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사진 에세이] 처음 간 뉴욕, 맨해튼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신호등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첫 번째였다. 횡단보도 신호등은 빨간색일 땐 주변을 잘 살피고 건넌다. 그냥 건넌다. 금세 적응했다. 며칠 만에 뉴요커처럼 무단횡단을 하려는데 옆에 경찰차가 서 있고 경찰들이 차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멈칫, 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경찰도 자연스러웠다. '차가 오면 위험하니 건너지 마란 뜻이야. 지금은 차가 안 오잖아. 도시는 사람이 걸을 수 있어야 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는 거지. 두 번째는 무관심. 어떤 일이 있어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말이지. 그 피해에는 기분이 나쁜 건 포함되지 않는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
2023.06.03 -
아라리가 났네
[사진 에세이] 그런 순간이 있다. 낯선 세계를 날 것으로 만나 나의 세계가 변화하는. 변화는 때로 깨지는 것으로 때로는 깊어지는 것으로 또 어떤 때는 낯선 세계로 안내하는 것 등등으로 나타난다. 겨울이라 봄동을 찾아 떠난 길이었다. 새벽에 진도와 해남을 돌며 일하시는 분들을 버스로 태워 밭으로 오신다 하여 시간을 맞춰 갔다. 아직 도착하시기 전인데, 해가 솟으니 봄동이 꽃처럼 빛나더라. 그 순간만으로도 나의 여행은 이미 충분했다. 그러나. 새벽 꽃잠 베개에 묻어두고 일하러 나온 아낙들은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나이로는 할머니가 맞겠으나 그 입담과 센스, 흥과 발랄함은 아낙이란 말이 맞겠다. 마치 고된 노동을 하러 새벽부터 나온 게 아니라, 새벽에 잠이 깼는데 같이 놀 친구를 찾아 나온 것 같았다. ..
2023.06.02 -
여행의 꼴 2_여행을 할 거야, 라이딩과 촬영은 거들 뿐
[여행 중입니다] 여행 간담서 '여행을 할 거야'라니. 자전거 탄담서 '자전거는 거들뿐'이라니. 여행을 하면 기록을 한다. 기록은 글이든 사진이든 영상이든 상관없지만, 익숙한 형태가 글과 사진이다. 이번에는 영상도 재미 삼아 찍어볼 예정이다. 자전거와 모터사이클과 이런저런 여행의 모양새를 간추리는 과정이 있었듯, 여행의 내용도 덜어내는 과정이 있었다. 이를 테면. 탁 트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곧게 뻗은 자전거 길은 섬을 넘어 어디론가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길.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간혹 멈춰 사진을 찍겠지. 이게 지금까지의 여행 형태다. 영상을 찍으려면 촬영기기를 어딘가에 두고 촬영하며 지나간 후 돌아와 회수를 해야 한다. 이건 여행이 아니다. 하루 80~100킬로미터를 달릴 계획인데, 최고..
2023.06.02 -
세상 싫은, 광고
[잡담] 아직 먼 일이지만, 광고가 고민이다. 수익과 상관없이 경험과 생각을 모은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블로그다. 아직 찾는 이도 많지 않고, 내 주변에서도 모른다. 그래도 포스팅이 50개는 넘어가야 처음 들어왔을 때 잠시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이런 사람이구나' '이런 여행,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하고 나를 이해하게 될 것 같다. 콘텐츠는 결국 세상을 보여주는 것, 내가 보고 이해한 나의 세상을 조금 보여주는 것일 텐데, 열댓 편 가지고 '보러 오세요' 이야기하긴 낯이 뜨겁다. 광고가 고민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그렇듯, 광고 또한 일장일단이 있다.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다면 고민도 안 하겠지. 많지 않은 금액이라 해도 수익이 나오는 건 의미도 있고 바람직하기도 하다. 글을 ..
2023.06.02 -
그냥 걸었던 시간
[사진 에세이] 걷는 일이 그 자체로 즐겁진 않을 때였다. 걷는 건 목적 혹은 목적지가 있어야 했고, 이동의 수단이었다. 그러니 지나온 거리와 남은 거리가 중요했고, 내 마음보다 걷기 위한 컨디션을 체크하는 게 당연했다. 지금은 걷는 게 좋다. 걷기 위해서 걷는 거지. 목적지? 정하지 않아도 되고, 정한 들 마땅찮으면 중간에 돌아온들 어떤가. 생각의 전환을 이룬 게 2010년의 제주였다. 저가항공사들이 줄지어 생기면서 새벽에 출발해서 밤에 돌아오는 게 가능해진 게 저 즈음이었다. 당일로 제주 올레를 걸을 수 있게 된 거지. 거의 매주 제주를 다니며 올레를 걷는 지인을 따라 동행했다. 아마도 16코스를 걸었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사진 속 장소는 수산저수지고 항몽유적지도 걸었던 걸로 미루어 16코스가 ..
2023.06.01 -
여행의 꼴 1_자전거를 탈 거야, 꽃을 볼 거야
[여행 중입니다] 시작은 레분이었다. 홋카이도 북서쪽 끄트머리의 작은 섬. 일단 홋카이도에 가야 한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내리면 레분섬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북쪽 끝의 도시 왓카나이에 가야 한다. 직선거리로 약 295킬로미터, 실제 가는 길로 치면 360킬로미터 정도다. 그래 자전거를 타고 가면 되겠군. 며칠 걸리겠지? 잠은 바다와 밤하늘을 보면서 자겠어. 캠핑을 할 거야. 리시리섬과 레분섬을 충분히 돌아보고 다시 나오면 삿포로를 향해 달리는 거야. 역시 자전거를 말이지. 삿포로에 잡은 숙소에 자전거를 두고 시내 관광을 며칠 하거나 모터사이클을 빌려 자전거로 달렸던 길을 쓱 훑고 오거나 섬의 동쪽 지역을 살펴봐야지. 처음에 생각한 일정은 열흘 정도였다. 모터사이클을 예약하려는데 원했던 혼다 헌터커브가..
2023.06.01